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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말, 재치 있는 말

솔향기마을농원 2014. 6. 20. 06:38

               예쁜 말, 재치 있는 말

 

 

“돈가스 드실 시간입니다~!!”

사무실 문이 열리며 음식 배달부의 경쾌한 목소리가 울립니다.

근처 식당에 점심 메뉴로 돈가스를 주문한지 한참이 지났을 때입니다.

 

왜 이리 늦었느냐고 짧은 타박을 줄 작정이었는데,

아저씨의 재치 있는 등장 멘트에 담아 두었던 불만이

그만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슬쩍 올라가는 입꼬리에 웃음을 머금고 순순히 음식값을 치렀지요.

왜 이리 늦느냐는 배달 독촉에 이력이 난 아저씨는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법을 진즉에 터득하신 모양입니다.

 

예기치 못한 순간 미소를 불러오는 경우는 또 있습니다.

 

한가한 오후 나절의 지하철 안이었어요.

가방 한 가득 칫솔 세트를 담은 행상꾼이 통로 중앙에 섰습니다.

무심한 승객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데 한창 칫솔 광고에

매진하던 아저씨가 슬쩍 개그를 섞습니다.

 

“이만 깨끗이 닦이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철수 운동화, 영희 빤스도 이걸로 문지르면 새 것 같이 하얘져요~”

 

여전히 신문에서 머리를 들지 않아도, 승객들 얼굴에 설핏한 웃음이

머물다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좀 전까지 살 맘일랑 없어 보이던 아주머니 한 분은

지갑을 열어 천 원 한 장을 꺼냈습니다.

 

어느 날은 택시를 탔는데, 도로 한복판에서 우물쭈물

기어가는 차 뒤에 이런 팻말이 붙어 있습니다.

 

「늙은 부모의 철없는 막내딸이자 한 남자의 애물단지 아내,

두 아이를 둔 억척 엄마 되는 사람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내 가족이라 생각하시어 너른 아량 바랍니다.」

 

“아이구야~ 참 길기도 길다.”

그러면서 기사 아저씨는 경적을 울리려던 손을 멈칫 합니다.

구구절절 역지사지의 인정을 호소하는 문구가,

갈 길 바쁜 기사분의 마음에 와 닿았나 봅니다.

 

같은 말도 참 예쁘게, 재밌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려던 화도 웃음으로 바꾸고,

후히 지갑을 열어 계획에 없던 지출을 하게 만드는,

주변에 활력을 불어넣는 숨은 재주꾼들이요.

한 수 배우고 싶은, 참 바람직한 삶의 기술입니다.

 

 

 

                                                  《행 복 한   동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