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時)를 안다"는 것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해가 뜰 때가 있고 해가 질 때가 있다.
꽃이 필 때가 있고 꽃이 질 때가 있으며 뿌릴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다.
역사에서도 문명이 흥성할 때가 있고 쇠망할 때가 있다. 또 인간사에서
사업을 벌일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고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가 있다.
적벽대전의 승패를 가른 것도 동남풍이 불어오는 그 한 때이다.
하다 못해 밥도 먹을 때가 있고 약도 먹어야 할 때가 있다.
때가 아닐 때 먹으면 몸을 상하고 때를 놓치면 사후약방문이 되고 만다.
자식에 말 한마디를 해도 그렇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한 마디 말을 해도
때가 있다. 시도 때도 없이 공부하라는 소리를 하면 잔소리 밖에 안 된다.
그렇게 만사에는 때가 있다. 때가 이르지 않았는데 설치면 튀는 것 밖에 안 되고
때가 당도했는데 결행하지 못하면 영원한 패배자가 된다.
강태공은 10년 동안 기다렸다.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자기 시절이 올 때까지는 태산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도쿠가와는 승리의 순간을 목전에 두고서도 히데요시가 죽는 그날까지
결코 칼을 뽑지 않았다. 은인자중 자기의 시절을 기다렸다. 그렇게 때를 기다렸다.
때를 알았기 때문에, 아직은 자기의 시절이 아닌 줄 알았기 때문에 기다릴 수 있었다.
그래서 역사는 때를 낚아채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나폴레옹은 물러날 때를 놓치면서 돌이킬 수 없는 패배를 당한다.
승리감에 도취해서 모스코바까지 진격했지만 그것이 사지(死地)로 빠져드는
길인 줄 몰랐다. 겨울이 오는 줄을 몰랐고 철수를 결정했을 때 이미 때를 놓쳤다.
조선의 철인(哲人) 이퇴계 선생은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가 정확했다는 점에서도
후세의 귀감이 된다. 그렇다면 때를 안다는 것이 무엇일까?
옛 사람들은 천시(天時)라고 했고 그렇게 ‘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천시라는 것을 신비화시키기도 했다. 역술이나 천문에 밝은 도인(道人)들이
아니고서는 천시를 알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신비화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때라는 것, 천시라는 것, 그렇게 신비화시킬 것은 아니다.
때를 안다는 것은, 언제 운수가 좋으냐 나쁘냐를 안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시간 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무언지를 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시간의 이치에 합당하게 자신을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자리, 나의 삶의 현장에서 있어야 할 정확한 모습으로 위치하고 있는 것,
내가 어느 자리에 어떻게 있는가에 따라서
할 것을 정확하게 하고 있으면 때를 안다고 한다.
그러니까 때를 안다는 것, 운수에 자신을 맡기라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욕심을 실현할 운수를 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혀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무성하게 일어나는 욕심에 무슨 때가 필요 하겠는가?
그러니까 살아도 사는 뜻이 없고 그 뜻에 합당한 일,
할 일이 없는 사람에게는 때라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다.
할 일이 분명히 있고 해야 할 일을 순리적으로 하고 있을 때,
때라는 개념이 성립한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또한 중요한 화두이지만 시간의 이치와 자신의 행위를
일치시켜 갈 수 있다면 결코 풀릴 수 없는 화두다.
시간의 이치와 자신을 일치시켜가고 있다는 것,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소박하게 말하면 마음이 콩 밭에 가 있지 않고 잿밥에 눈이 어둡지 않고
오로지 염불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때를 기다린다’고 한다. 기다린다는 것,
막연히 허송세월하면서 호시절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그 때를 준비하고 있는 것, 그것을 기다림이라고 한다.
그래서 역사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라고 한다.
준비라는 것도 그렇다. 언제 어느 때든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모습으로
그 자리를 정확하게 지키고 있는 것, 그 이상의 준비는 없다.
- 좋은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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